[천왕봉]소리장도(笑裏藏刀)

이수기 (논설위원)

2022-11-01     경남일보
하늘이 맺어준 천륜(天倫) 즉, 부모·자식 간의 혈연관계가 아닌 인간관계와 국제관계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우방과 적도 없는 세상이다. 비정한 정치 세계에서 승리를 위해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어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면 어제까지 으르렁거리다 갑자기 친목한 모습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요즘 벌어지는 유동규가 변심한 이재명 문제를 보면 더욱 그렇다.

▶개인 간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관계를 갈아 치울 수 있다. 개인 간은 그 져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믿을 수 있는 분신(分身)인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것’처럼 도원결의(桃園結義)도 배신이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동시에 정치적 동물이라 각자의 이해관계로 인해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반복했다.

▶국제 사회관계도 적과 우방이 존재한다. 적과 어울릴 수도 있고, 우방과 다툴 수 있지만 이를 착각하면 큰일 난다. “오직 영원한 국익만이 있을 뿐이다”는 말을 의례적으로 옮긴 수사(修辭)만은 아니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진리대로 우정, 의리를 넘어 국가, 국민의 번영이란 공동 목표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이라면 개인의 앙금쯤은 훌훌 털어낼 수 있어야 한다. 대의명분과 이해득실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는 소리장도(笑裏藏刀:웃음 속에 칼을 감춤) 같은 복마전(伏魔殿)이 돼도 안된다.
 
이수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