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삐라’의 딜레마

2022-11-13     이홍구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을 향해 “반(反)공화국 삐라 살포 놀음” 운운하며 “인간 오물”이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권 장관이 헌법재판소에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데 대한 반응이다. 권 장관은 대북전단금지법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언급한 ‘삐라’는 전단지를 가리키는 일본어 비라(ビラ)에서 유래된 말이다. 북한은 대북 전단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대북 전단에 고사총을 발포하거나 대북 전단을 트집잡아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대북 전단을 “더러운 오물”이라 칭하며 “강력한 보복”을 공언하기도 했다.

▶북한의 격렬한 반발에 문재인 정부는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불린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어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등 남북합의서를 위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살포하다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한다.

▶한변과 대북 민간단체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대북전단법이 “잘못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 정부는 대북전단법 자체에는 반대하지만 북한 도발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전단 살포는 자제해야한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자유 vs 북한의 실질적 위협’으로 대립하는 대북전단 딜레마에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이홍구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