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도운 보틀북스 대표 "문화갈증에 차린 책방, 동네 사랑방 됐죠"

진주 문산서 독립서점 운영…11일 ‘서점의 날’ 문체부장관 표창 단골과 시작한 독서모임 입소문…책 매개 문화활동 교류의 장

2022-11-15     백지영
“서점을 공익사업, 멸종 위기 업종이라고들 해요. 급변하는 환경 속 걱정은 많지만, 서점을 찾는 ‘친구’들과 책을 매개로 다양한 소모임과 문화 활동을 하며 서로의 가치관을 나누는 이 공간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어요.”

지난 11일 ‘서점의 날’ 기념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은 채도운(31) ‘보틀북스’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지난 14일 오후 진주시 문산읍에서 그가 운영하는 독립서점 ‘보틀북스’를 찾아 그가 걸어온 길을 들었다.

채 대표는 지난 2018년, 기존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보틀북스’를 차렸다.

채 대표는 “과거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는데 수도권과 지역의 문화 격차를 실감했다”며 “지금이야 몇 군데 생겼지만, 당시만 해도 진주에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동네 독립 서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문화적 목마름을 직접 해소해보자는 마음으로, 가족의 반대를 뒤로한 채 낭만과 로망을 가득 품고 서점을 열었다.

위치만 따지고 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입지는 아니었다. 고개를 돌리면 털털거리며 가는 경운기가 보이는 외곽 지역, 대로변에서 안쪽으로 들어와야 보이는 아파트 상가 한 켠에 자리 잡았다.

“개점 초 아는 사람이 많지 않던 시기, 단골 서너 명과 매달 1회를 목표로 독서 모임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모임 참여자가 계속 늘어나 이제는 매달 20개 소모임에 함께하는 ‘친구’들만 200명이 됐어요. 지금은 동네 사랑방이자 소모임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보틀북스’에서 운영하는 모임 종류는 다양하다. ‘토지 완독 모임’부터 2주마다 모여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책맥 모임’, ‘역사 독서 모임’, ‘환경 독서 모임’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채 대표는 “책을 매개로 열리는 만큼 책과 관련된 활동에 나서는 게 특징”이라며 “예술 장르 책을 읽고 함께 그림을 그린다거나, 우리 술에 대한 책을 읽은 후엔 막걸리를 마시고, 이성자 화백 일대기를 읽고서는 이성자 미술관을 함께 다녀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모임 참여자는 엄마 손에 이끌려 온 10대부터 70대까지, 지역도 진주부터 인근 창원·사천·함안 등 다양하다. 4년간 책을 매개로 겹겹의 추억을 함께 쌓아온 소모임 참여자들은 어느새 그들끼리도, 또 채 대표와도 두터운 정을 나누는 ‘친구’가 됐다.

이 과정을 거치며 채 대표는 문화를 낳고 만들어 나가는 것은 자본력이나 기획력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단순한 고객이나 모임 참여자를 넘어 친구가 된 이들은 이제는 먼저 새로운 활동을 제안하고, 대규모 행사 때는 두 팔 걷고 봉사를 자처하는 ‘보틀북스’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보틀북스’는 지난 ‘서점의 날’ 기념식에서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닌, 지역민이 서점에 찾아오도록 하는 지역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독서 문화 활성화를 이끈 공로로 ‘우수 문화 활동 운영’ 부문에 선정됐다.

기쁜 소식이지만 업계 미래가 불투명한 만큼 여전히 고민은 많다. 온라인에서 책을 사고, 독서 인구는 줄고, 서점은 문을 닫는 시대다.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전자책을 보는 사람도 늘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족적을 남긴 수상자들이 모였던 ‘서점의 날’ 기념식조차 각자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리로 변모했는데,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채 대표는 “시대 흐름에 저항하기보다는 그 흐름을 타고 지금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려 한다”며 “최근 진주지역 타 독립서점들과 ‘스탬프 투어’를 진행한 것처럼 책을 매개로 지역에서 더 다양한 문화 활동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