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순국선열의 날

정승재 (논설위원)

2022-11-16     경남일보
일본 제국에 외교권을 넘긴 을사조약, 강권(强權)에 의해 억지로 체결된 협약이라 하여 늑약(勒約)으로 일컫기도 한다. 종국적으로 국권을 잃은 한일합방의 전초적 사건으로 1905년 11월 17일에 있었다. 식민 지배를 위한 총독부 전신인 통감부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대한제국의 황실을 보호하고 평화를 유지한다는 그 명분에 말문이 막힌다.

▶악몽같은 식민 지배의 나날을 보낸 후 20여년이 지난 193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하의 의결기구인 의정원에서 망국일을 상기한다는 취지로 그날, 11월 17일을 순국선열기념일로 정했다. 셈하니 80여년 전의 오늘이다. 잃어버린 조국의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의 얼과 위훈을 새기기 위함이다.

▶광복 전까지 임정서, 이후는 애국단체 등 민간 혹은 정부에서 약식의 추념행사를 개최하다가 1997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승화시켜 오늘에 이른다. 선열의 숭고한 독립과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이 찬란한 세계속의 한국이 있었을까.

▶순국 선열에는 김일성 만행의 동족상잔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국군도 당연히 있다. 왜 우리 젊은이들이 군대에 징집되고, 각양의 의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며, 재정의 3할 정도를 국방 관련 예산으로 찜해야 하는지. 인권 유린에 우리한테 미사일 발사도 불사하는 세습 독재정권 때문이라면 비약일까. 감성적 민족주의로 돈주고 뺨맞는 일 그만하면 좋겠다.
 
정승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