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황해쑥의 새로운 도약

2022-11-21     경남일보
‘압생트’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이 술을 마시고 환각 상태에서 귀를 잘랐다고 하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압생트에 취한 상태에서 해바라기의 노란색이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것을 목격했고, 이를 캔버스에 재현했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이 술로 인해 많은 예술작품을 후세에 남겼으나, 그 술로 인해 비극적인 삶도 살게 됐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초록요정’이라고 불리는 이 압생트(Absinthe)는 고흐 뿐만 아니라 고갱, 드가, 마네, 피카소, 헤밍웨이까지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과 함께 한 술이다. 독특한 색깔, 향, 마시는 방법까지 보통과 다른 압생트는 가장 도발적이었다고 하는 19세기 예술가들과 궁합이 잘 맞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압생트 중독으로 삶을 비극적으로 마치는 사람이 늘어나자 한때 압생트의 제조가 금지되기도 했다.

압생트가 많은 사람들을 환각과 비극으로 몰아넣은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압생트는 증류주에 쓴 쑥(Artemisia Absinthe)을 넣어서 만든다. 압생트란 이름도 쓴 쑥에서 유래했는데 쓴 쑥에 들어있는 투존(Thujone)이라는 성분 때문에 환각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현재는 투존의 기준치를 명확하게 관리하는 조건으로 제조와 판매가 허용돼 있는 상태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술에 사용되는 쑥이 쓴 쑥 밖에 없었나 여러모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쑥은 이러한 치명적 독성물질이 없어 식·약용으로 단연코 으뜸으로 꼽힌다. 그 중 황해쑥은 대한약전외 한약(생약) 규격집에 애엽(艾葉)으로 수록되어 있고 애엽은 한의학이나 민간요법에서는 항염증 활성을 기대해 위염 등의 치료에 이용해 왔으며, 항암, 항궤양, 골 대사 면역 관련 활성 효능 등이 더불어 보고되어 있다.

황해쑥 재배는 남해군, 인천 강화군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약용, 식품용, 여성청결 등 활용 소재 개발 요구도 증가 추세이다.

황해쑥은 유파틸린, 자세오시딘 등 기능성분이 함유돼 약리활성이 우수하다. 이들 성분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위해 농촌진흥청과 경남농업기술원, 콜마B&H에서 협업으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경남농업기술원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인 지표성분의 고함유 가공방법 및 추출물 제조조건 등 원료의 품질 표준화 및 규격화를 담당한다. 인체에 안전하고 고기능성을 가진 황해쑥을 경남지역 지역특화작목으로 육성해 건강기능식품 뿐만 아니라 압생트를 능가하는 가공제품도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하기정 경남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농산가공담당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