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스톡홀롬 증후군

정재모 (논설위원)

2022-11-24     경남일보
1973년 여름, 스웨덴 스톡홀롬 한 은행에 떼강도가 들었다. 범인들이 직원 몇을 잡고 경찰과 대치하는 시간이 흐르면서 인질들은 범인들과 애착 관계를 형성했다. 어이없게도 나중 인질들은 범인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하며 되레 옹호하기까지 했다. 6일 동안 범인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은 데 대한 보답이었으리라.

▶여기서 유래한 용어가 스톡홀롬증후군이다. 극한 상황을 만든 대상에게 긍정적 감정을 갖는 현상인데, 인질이 범인과 동화되어 동조하게 되는 비합리적 심리 상태인 거다.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친절을 보인다면 피해자는 이를 자신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도로 생각하게 된다는 게 훗날 이 용어를 만든 닐스 베예롯의 설명이다(이런 심리법칙 알아? 이동귀).

▶연인한테 폭력을 당한 사람 다수는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다고 한다. 폭력이 잦을수록 그의 애정 표현에서 더 큰 사랑을 느낀다는 것. 부모의 학대를 받은 아이는 부모에 대한 비이성적 애착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른바 ‘공포 유대(terror bond)’로, 스톡홀롬증후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최근 이 용어를 썼다.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에 나가고 ‘이태원 국정조사’를 밀어붙인 야당의원들더러 “자신들을 인질 삼아 사지를 벗어나려는 이재명을 구하려는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벗어나라”고 일갈한 것. 야당의 현 사정과 맞아떨어지는 용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야당의원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 싶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