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동백아가씨

한중기 (논설위원)

2022-11-30     경남일보
서울 한남동에서 태어난 이미자는 1964년 작곡가 백영호의 ‘동백아가씨’를 불러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35주 동안 인기 차트 1위를 점령했던 동백아가씨 열풍은 ‘가요계의 판도를 뒤바꾸는 일대 사건’으로 언론에 기록됐다. 그도 그럴 것이 트로트를 천시하던 당시 젊은이들까지 동백아가씨를 ‘떼창’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전 국민은 물론 월남 파병부대 장병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동백아가씨는 가히 국민가요라 불릴만 했다. 호사다마랄까. 1965년 말 ‘동백아가씨’는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방송 금지 처분을 받았다. 1962년 신설된 한국방송윤리위 산하 가요심의전문위원회의 첫 작품이었다. 금지곡 ‘동백아가씨’가 당시 서슬퍼렀던 박정희 대통령의 애창곡이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반세기를 지난 시점에 ‘동백아가씨’가 때 아닌 관심사다. 가짜 뉴스로 확인되고 있는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등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동백아가씨를 불렀다는 첼리스트의 주장 때문이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새벽까지 대형 로펌변호사 30여명과 술자리를 했다는 황당주장이 애먼 ‘동백아가씨’를 소환했다.

▶사그라질 것 같았던 ‘동백아가씨’가 윤 대통령이 입주한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모임에서 또다시 등장했다. 윤 대통령이 ‘동백아가씨라는 노래는 모른다’고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야권에서는 ‘당시 강아지도 부르던 노래’였다면서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피려 들고있다. 머잖아 회갑년을 맞는 ‘동백아가씨’. 이젠 놓아 주어야 한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