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자반고등어(김미연)

2022-12-04     경남일보

 


두 마리가 한 몸이다

어느 바다를 떠나왔을까



물결무늬 한 벌

맨살에 이는 파도가 출렁거린다



바다의 제 짝을 잃어버리고

뭍에서 만난 다른 짝

뒤늦게 만난 운명이라고

짜디짠 가슴에 품고 있다



소금으로 절인 생

쓰라린 살점도 아랑곳하지 않는

백주에 벌이는

저 낯 뜨거운 포옹



좌판이 들썩거린다

죽음까지 가려고 맹세했을까

몸을 포개고 누운 연인 한 쌍



비릿한 불륜이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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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좌판에 소금에 절인 고등어 두 마리가 포개져 있었나 보다.

푸른 바다에서 유영을 끝으로 제 짝을 잃고 뭍에서 다른 짝과 나란히 포개져 있는 모습을 싱싱한 불륜으로의 표현이 재미있다.

한 짝으로 만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다른 이에게 곁을 내주어야 하는 조건 또한 쉽지 않은 고민이었겠다.

세상일들은 가고 싶은 길과 가지는 길이 다를 때도 많다. 그것을 숙명이라 핑계한다.

그러나 목숨으로 영혼을 기댈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또 다른 엄중한 사랑이 얽혀 뜨거워지는 건 꼭 죄악일까.

인류의 오랜 질문이다. 도덕의 잣대는 늘 엄중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물음과 답은 환경과 조건에 따라 가끔씩 달라질 때도 있다. 하지만 윤리는 세상의 약속이다.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