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2-12-05     문병기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다. 눈앞의 작은 것만 탐하면 큰 것을 잃는다는 뜻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작은 욕심이 큰 화를 불러오거나, 잘못된 판단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사천시 곤양면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진일반산업단지에 ‘SK자원순환단지’ 유치를 두고 지역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SK자원순환단지’는 폐기물을 소각해 수소와 바이오에너지 등을 생산하고, 남은 잔존물을 돔 형태의 밀폐된 매립장에 묻는 종합단지 개념의 시설이다. 대진일반산업단지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이 시설을 만들겠다며 사천시에 제안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민심이 양분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발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찬성파와 환경오염은 물론 납득 가능한 주민설명회 등을 요구하는 반대파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이지만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만은 안 된다는 ‘님비현상’이 깊게 뿌리내린 현실에서, 폐기물 소각장이나 장묘시설을 쌍수 들고 환영할 수 없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 혐오시설을 적극 유치한 지역도 있다. 광역폐기물 처리시설인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나, 애월읍의 반려동물 장묘시설이 대표적이다. 춘천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과 쓰레기 소각장 등 도시형 폐기물 종합처리시설을 유치하겠다며 청원서를 낸 마을도 있다. 이 시설들이 사람과 환경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면, 아마 이들도 목숨 걸고 반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첨단 시설과 공법, 엄격한 법 테두리 내에서 운영된다는 사실에 ‘무조건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바뀐 것이다.

물론 이들의 결정은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 원수처럼 싸웠지만 ‘혐오시설도 어딘가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지역발전’이란 대의를 우선시 했다. 결국 주민투표로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었다. 힘든 선택을 한 이들에게는 주거환경개선과 편의시설, 지역발전기금 등 상상하지 못할 달콤한 보상이 덤으로 돌아왔다.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혐오시설 유치가 오히려 마을 발전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SK자원순환단지’도 다를 바 없다. ‘폐기물은 나쁜 것’이란 선입견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면 안 된다. SK에코플랜트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자 대표적인 환경기업이다. 과감한 연구개발과 혁신기술 도입, 국내 최초로 개발한 소각로 등 초일류 친환경 기업이란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다. ‘환경사업도 대기업이 하면 달라야 한다’는 신념의 SK가, 주민들을 속이고 명성에 먹칠하면서까지 치명적인 독극물질을 쏟아낼 리 만무하다. 곤양면 등 사천 서부지역은 노령화와 생산시설 부족으로 활기를 잃은 지 오래이다. 이대로 가다간 인구와 지역소멸이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탄탄한 기업 유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하물며 대기업이라면 두말할 이유도 없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무조건적인 반대보단, 지역의 장밋빛 미래를 위한 현명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이번 일에 사천시가 적극 나서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민원부터 해결하라는 식의 안일한 대처는 사천시와 지역민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시장이 직접 나서서 무엇을 해결하고 지원해야 하는지를 꼼꼼히 챙기고, 지역발전에 필요한 시설이라 판단되면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 SK 역시도 지역민과의 소통 강화와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모두에게 기회는 그리 자주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