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달력

변옥윤 (논설위원)

2022-12-05     경남일보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거리에는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고, 연말 특수를 노린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바겐세일이 시작됐다. 어느덧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져 연말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예년 이맘때면 연하장과 새해달력을 배포하며 송구영신에 분주해지는 시기다.

▶이제는 스마트폰에 밀려 달력과 연하장이 귀해졌지만 오래 전 달력의 등장은 문명의 혁신이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그레고리오력에 24절기와 각종 기념일, 음력 등 많은 정보가 수록돼 있다. 1년을 365일로 나눠 4년마다 윤일을 두고 100년마다는 윤일 없는 표준달력을 채택하고 있지만 나라마다 요일의 시작과 수록하는 내용은 다양하다.

▶조선시대에는 동지를 즈음해 국가에서 음력과 육십갑자가 들어있는 역서를 배포했다. 농가와 어업에서는 이 역서가 귀중한 생활자료가 됐다. 일력과 월력, 연력 등 달력의 종류도 다양하고 용도에 따라 그 기능성을 세밀하게 표기해 지난날 연말이면 달력 확보가 중요한 숙제였다.

▶점차 그 기능이 스마트폰에 넘겨졌던 달력이 최근 들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집안의 길흉사와 생일, 기념일을 담은 개인용 달력 제조도 붐을 일으키고 상품이나 기업선전, 직장 내 주요 일정과 정보를 수록한 달력도 다시 선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달력도 있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달력을 대신하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그래도 집안에 달력 하나쯤은 걸려 있어야 제격이다. 그래야 세월 가는 요량을 더욱 실감할 수 있으니까.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