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93] 노란 미소 (서하 시인)

2022-12-08     경남일보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93] 노란 미소 (서하 시인)
 


느닷없는 너로 인해 지붕을 얻었어

천둥 번개도 이젠 두렵지 않아

고마운데 고맙단 말도 못하고

노란 잇몸 드러낸 채

배시시 웃고 있는 거 보이니?

-서하 시인 ‘노란 미소’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에게서 내가 보고 싶다고 느닷없는 전화가 왔으면 좋겠다. 올 크리스마스에 느닷없는 눈이 왔으면 좋겠다. 느닷없는 시가 찾아와 며칠 밤을 잠도 자지 못하고 시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시, 잘 읽었어’라고 문우의 느닷없는 카톡을 받았으면 좋겠다. ‘뜻밖에’ ‘갑작스레’ 좋은 일들이 생긴다면 삶이 얼마나 넉넉하겠는가.

허나, 우리의 눈에는 저 민들레의 상황이 좋은 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느닷없는’ 저 지붕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생명이 일촉즉발 위험하지는 않은가. 결코 민들레는 지붕을 고맙게 여길 상황은 아닌듯하지 않은가. 시인은 갑작스레 생긴 좋은 일로 전복시킨다. 시인의 긍정 시선으로 한 생명이 저토록 노랗게 미소 짓고 있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