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월드컵 국대 선수들은 문과식비를 하지 않는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2022-12-12     경남일보


월드컵을 지구촌의 최대 스포츠 축제라 말한다. 이유가 있다, 현재 UN 가입국(193개국)보다도,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206개국)보다도 많은 월드컵 축구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은 무려 211개국에 달한다. 올림픽 대회 기간이 보름 정도인 반면 월드컵은 그 두 배인 한 달가량이나 된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의 시청자 수는 약 36억 명이며, 결승전의 시청자 수는 약 11억 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세계인들은 4년마다 돌아오는 시간에 매료되어 마법에 걸리고 만다. 월드컵은 엄밀히 말해서 국가 대항전이 아니라 FIFA에 가입한 각국의 축구협회(FA) 회원국들 간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왼쪽 가슴에는 자국의 국기가 아닌 자국 FA 엠블렘이 새겨져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경우 호랑이, 일본의 경우 상상의 동물인 삼족오, 월드컵 2연패를 노리는 프랑스는 프랑스축구협회 상징인 수탉이 자리하고 있다. 국가 대항전이라고 하면 축구 종주국이라 할지라도 영국(United Kingdom UK)에서도 1개 팀만이 출전해야 하지만 4개 자치 지방 정부로 구성된 영국의 경우 4개 FA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모두 월드컵에 출전할 자격이 있다. 4개 자치 지방 정부는 영국 속의 또 다른 나라다. 영국의 자치 지방 정부는 미국의 주(State) 개념과 달리 자치권이 강하게 보장돼 있으며 자치권은 4개 자치 지방 정부 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는 잉글랜드와 웨일스만이 치열한 유럽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본선 조 추첨 결과 같은 B조에 편성돼 16강 진출을 다투는 한 지붕 가족 싸움이 되었다. 카타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동에 위치한 반도 국가로 입헌군주국가이다. 면적은 경기도의 면적과 비슷하고 인구는 25% 수준인 약 300만 명이 안되는데 이마저도 90%가량이 외국인이고 카타르 국적을 가진 순수 혈통은 10% 정도로 약 30만 명이다. 남성과 여성 비율이 3.36대1로 남성 비율이 세계 1위다. 주로 외국인 남성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카타르 군인의 85%도 외국인이다. 군인도 외국인을 계약직으로 고용해 운용한다. 이번 제22회 카타르 월드컵은 여러모로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최초의 중동 월드컵, 최초의 겨울 월드컵, 그리고 역대 월드컵 개최국 가운데 가장 인구가 적고, 가장 작은 나라지만 돈이 가장 많은 나라다. 이번 월드컵 개최를 위해 310조 원을 썼다. 1인당 GDP 8만 2887달러로 세계 5위다. 복지 천국이다. 국왕이 스포츠카 증정, 기본급 월 600만원, 전기, 수도, 병원 무료, 대학까지 무상교육, 유학비 전액 지원, 소득세 같은 세금 없음, 출산 축하금 1억원, 자녀 양육비 월 230만원, 주택 무상 제공, 토지 무상대여, 정말 엄청나다. 석유, LNG팔아 물을 쏟아 붓듯이 자국민에게 돈을 쏟아 붓는다. 카타르 순수혈통 자국민은 금수저, 기름수저, 오일수저, 다이아몬드 수저다. 이번 월드컵 인터뷰를 보면 우리 선수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잘못했다고 자책한다. 특히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잘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이면서 동료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손흥민은 못한 것이 아니다. 상대 수비수 2~3명을 항상 달고 다닌다. 그러다 보면 공간이 생겨 우리 선수가 골을 넣게 된다. 그게 손흥민 현상이다. 손흥민은 축구 이전에 인성도 기본이 갖춰진 선수다. 예의, 겸손,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그래서 더 좋아한다. 이처럼 월드컵 국대 선수는 자신을 먼저 탓하고 동료 선수들을 칭찬하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문과식비에 빠져 있다. 문과식비(文過飾非)란 허물도 꾸미고 잘못도 꾸민다는 뜻으로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뉘우침도 없이 숨길 뿐 아니라 도리어 외면하고 도리어 잘난체함을 말한다. 조국이 그러했고 이재명도 닮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 정치인들은 월드컵 국대 선수들에게 배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