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94] 호수 (이무원 군인)

2022-12-15     경남일보


푸르른 너의 눈을 닮아

호수가 좋아졌니

푸르르 호수가 좋아

너의 눈에 담았니


ㅡ이무원 병장(제7보병사단 정보통신대대), ‘호수’



전국이 한파에 갇히고 소셜네트워크에는 첫눈 이야기가 넘친다. 걱정이야 없겠는가마는 나도 수북이 쌓인 눈을 보며 이내 즐거워진다. 바람을 따라가는 눈발과 바람을 더 맞은 나무들이 만들어낸 어떤 세상, 자작나무숲 같은 세상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어느 시인도 하얀 세상을 보면 송창식의 노래 ‘밤눈’을 부른다. 나는 밤사이 첫눈이 내린 어제 그 시인이 보고 싶어졌다. 이내 노래 ‘밤눈’을 웅얼웅얼 불러보는 것이었다.

자아가 타자화된 것 같은 대상, 타자가 자아화된 것 같은 대상을 만날 때, 저 ‘호수’가 된다. 푸르른과 푸르르가 달라서 좋고 어감과 느낌과 의미가 같아서 좋은 거다. 첫눈과 노래 밤눈이 다르나 어감과 느낌과 의미를 좋아하듯이.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