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누구를 위한 2023년이 될 것인가

정영효 (논설위원)

2022-12-22     경남일보



어느 듯 2022년 한 해의 끄트머리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2022년 한 해를 회상한다. 생각없이 눈길이 책장으로 향했다. 꽃힌 한권의 책이 눈에 띈다.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저술했던 ’미래쇼크’와 ‘제3의 물결’과 관련해 에디터와 했던 인터뷰를 대화체로 서술한 책이다. 읽은 지 너무 오래돼 세세한 내용은 가물가물하다. 하나 앨빈 토플러가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라며 세계를 향해 던졌던 질문만은 강한 임팩트로 남아 있다.

2022년 끝자락에 ‘2023년에는 대한민국이 누구를 위한 세상’이 될 것인지 질문을 던져 본다. 부정하고 싶지만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기득권층만을 위한 2023년’이 될 것 같다. 2023년이 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일반 사람,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 즉 서민(庶民)들을 위한 세상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삶이 지금 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겠지’하는 실낱 같은 희망과 기대감으로 맞는 2023년 현실은 결코 서민들이 바라는 대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 예견된다.

내년의 국내외 상황은 올해 보다 더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내년에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은 더 잦아져 국가안보는 더 위협을 받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되고, 미-중 대립도 더 격화될 것이다. 국제 정세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는 서민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다. 9개월 간 계속된 무역적자 행진이 내년에도 이어진다. 수출·소비·투자 감소로 경기 침체와 경제 위축은 더 심화돼 폐업하는 기업이 속출한다. 고용지표는 최악이 될 것이 우려된다.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는 내년 서민 경제를 아예 초토화시킬 것이 예견된다. 부채를 안고 있는 서민 가계는 견디지못해 파산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과 자산은 올해 저소득층은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은 더 늘어났다. 빈부의 격차가 더 커졌고,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

내년에는 더 악화될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내놓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서민,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빈약하다. 이로 인한 사회 갈등과 불안은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내년 정치는 유례없는 최악 국면이 맞게 된다.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100%가 낫지 않냐’라는 대통령 한 마디에 당 대표 선출 규정을 바꿨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비리 의혹’ 중심에 있는 당 대표를 구하기 위해 ‘당’ 전체가 나섰다. 서로 싸우는 행태가 ‘오야붕’ 위해 ‘똘마니’들이 하는 짓과 다를 바가 없다. 여당·보수진영과 야당·진보진영 모두 서로의 ‘오야붕’에게 바치는 맹목적 충성 경쟁이 치졸함을 넘어 혐오스럽다. 그럼에도 뻔뻔하게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며 부르짖는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민생은 뒤전이면서 말이다. 내년에는 치졸·혐오·뻔뻔함이 더 심해질 것이다. 못된 정치 속에서 내년 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지고, 피폐해 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열흘 후면 어김없이 2023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으레 그랬듯이 ‘새해에는 나의, 우리 가족의, 우리 주변의 형편이 나아질거야’하는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그 희망과 기대가 그 어느 해 보다 더 절실하고, 절박하다. 삶이 희망 보다 절망으로, 기쁨 보다는 슬픔으로, 즐거움 보다는 한탄과 한숨으로, 편안함 보다는 힘듦과 곤란함으로 점철됐던 2022년이었던 탓이다. 이대로 라면 결코 2023년은 서민들을 위한 해가 되지 않는다. ‘2023년은 이해망(이번 해는 망했어)’이 될 것이라는 서민들의 체념과 자조, 분노와 한탄, 한숨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듯 하다. 기득권층의 부와 권력이 더 치우치는 2023년이 되면 안된다. 서민의 삶과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서민을 위한 2023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