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98] 세월2 (이창하 시인)

2023-01-12     경남일보


어때요, 당신과 함께하는 탱고 사위

아직은 유연하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그럼,

천년을 흘러도 변할까, 내 사랑



-이창하 시인, ‘세월2’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는 마음이 변한 연인 은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사랑은 변한다. 생각은 움직이는 것이고 사랑이 바로 그 생각이라는 것이므로 당연히 사랑은 변한다. 우리가 변하지 않을 사랑을 소망하는 것은 사랑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저 연로하신 나무님들 금슬이 여간 좋은 게 아니다. ‘당신 춤사위 보니 아직 늙지 않았군’이라고 말해도 될 일을 천년이 흘러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춤’과 ‘사랑’의 거리를 응축하여 ‘사랑’이란 의미만 부각하는 화술이다. 물리적인 세월은 나무 부부를 늙게 하였지만, 부부의 낭만은 세월을 타지 않았다. 세월을 이기는 힘은 저 나무 연인의 사랑이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