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스토리텔링

2023-01-16     경남일보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는 여늬 농촌마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동네였다. 마을 옆으로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에는 섬진강이 흐르는 아담한 농촌마을의 전형이다. 그러나 박경리 작가의 ‘토지’라는 소설의 무대가 되면서 일약 비범한 마을이 됐다. 관광지가 된 것이다.

▶유엔 세계관광기구는 이곳을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지정했다. 소설 토지의 가상세계를 마치 현실이었던 것처럼 그대로 오마주해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 것이다. 소설 속 최참판댁이 그대로 들어서고 여인네들의 소드래가 이뤄지던 우물도 만들어 졌다. 주인공 서희가 기거했던 별당에다 소설 속 인물들의 집과 명장면을 연상할 수 있는 곳들이 들어서 있다.

▶대하드라마로 소설을 재연한 연속극이 절찬리 방영되면서 드라마 속 세트장이 관광명소가 된 것이다. 지금은 문학관과 습지, 공원, 차박물관이 들어서고 마을의 곳곳을 스토리텔링했다. 들판의 평범한 두 그루 소나무마저 부부송이라는 네이밍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문학제가 열리고 슬로시티가 형성되는 다양한 컨텐츠가 가미돼 일약 유명해진 것이다.

▶소설가 박경리는 진주여고를 나온 불세출의 문학가다. 학창 시절 우연히 듣게된 친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무려 2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대하소설을 집필한 노력이 오늘의 평사리를 만든 것이다. 진주시는 이보다 무궁무진한 역사적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널브러져 있다. 지역을 살릴 스토리텔링 작가의 출현을 꿈꾼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