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혼명족’

한중기 논설위원

2023-01-17     경남일보
모레부터 나흘간의 설날연휴가 시작된다. 온 가족이 한데 모이는 계묘년 설날이 다가왔지만, ‘혼명족’은 갈수록 늘고 있다. 혼자 명절을 보내는 이른바 ‘혼명족’이 이제는 국어사전에 신조어로 등재될 정도로 보편화된 세상이다. 팬데믹 이전부터 생겨난 풍조가 마스크 해제 국면이 됐는데도 되레 공고화되고 있다.

▶‘혼명족’이 증가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명절의 인식변화, 일자리문제 같은 요인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명절날 친척들로부터 “취직은 했느냐” “결혼은 언제 하느냐” 같은 잔소리를 피해 아예 혼자 남기를 선택한 청년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청년층의 명절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취업, 고령화에 따른 1인 세대의 급증은 ‘혼명족’ 급증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나 1인 세대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인 세대가 972만 세대로 전체 2370만 세대의 41%나 됐다. 올 연말에는 1000만 세대가 넘을 전망이다.

▶상술은 새로운 트렌드를 귀신같이 간파하는 모양이다. 명절을 앞두고 편의점 업계가 ‘혼명족’ 전용 도시락을 출시하는 등 명절 마케팅에 나섰다. 외식물가가 상승한 데다 1인 가구가 증가한 만큼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명절이라 더 처량한 생각이 드는 ‘혼명족’을 위해 마음이라도 위로하는 것 같아 좋게 보인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