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99] 기다림 (최광임 시인)

2023-01-19     경남일보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99] 기다림 (최광임 시인)


 


서울 큰 놈은 된장시래기 지짐 좋아 안하드나

코다리강정은 막내 것이드래



낼모레 설이니 다들 오지 않것나



-최광임 시인, ‘기다림’



가을부터 준비했을 저 처마 밑의 먹거리가 풍성하다. 설이나 되어야 올 아들딸에게 먹일 욕심으로 허리 굽은 노모가 힘겹게 매달았을 사랑이다. 도시 어느 맛집도 흉내 내지 못할 어머니의 손맛이 첩첩 산 눈 덮인 집에서 자녀들을 기다린다.

저 시래기와 코다리에 스민 풍경이 어머니의 손맛을 결정한다. 집된장을 살짝 풀어 자박자박 지지다가 붉은 고추와 대파를 어슷하게 썰어 고명으로 얹는다. 코다리를 닭강정처럼 만들어 내는 것은 또 얼마나 달콤하겠는가. 어머니 혼자서 중얼거리는 정다운 강원도 사투리가 설을 기다리게 한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