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해 고인돌 훼손은 부실 행정 때문이었다

2023-01-26     경남일보
지난해 김해시 구산동의 고인돌 훼손과 관련해 그동안 감사를 벌여온 경남도 감사위원회가 최근 지석묘 정비사업 감사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지석묘 훼손 사건은 부실한 행정 때문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해시가 무허가 기간에 박석(薄石 바닥에 깐 얇은 돌) 옮기기를 강행하고, 문화재청 허가 없이 매장문화재 구역을 훼손해 관련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경남도는 감독 의무가 있는데도 실태 점검을 않은데다 형식적인 현지조사로 무허가 행위를 적발하지 못한 점이 지적됐다. 이로써 관련 공무원 6명이 징계 조치되고 5명은 훈계 또는 주의 처분됐다.

김해 구산동 고인돌은 세계 최대 규모의 청동기 시대 유물로 상석 무게가 350t, 고인돌 주변 묘역시설이 1615㎡에 이르러 세계 최대 고인돌로 추정되는 선사시대 유적이다. 고고학적으로 가치가 매우 크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지난 2007년 구산동 택지개발 부지에서 발굴돼 상석과 묘역석만 확인하고 매장 주체부는 미확인된 채로 흙을 덮어 지하에 보존 조치된 유적으로, 2012년 경남도 기념물 제280호로 지정되었다.

김해시는 가야사 복원이 사회적 화두가 된 이후 귀중한 유적을 국가사적으로 지정받기 위해 문화재청과의 사전 협의와 허가를 받지 않고 정비 업체에 맡겨 작업을 벌이는 한편 국가사적 지정 신청서를 문화재청에 냈었다. 하지만 정비과정에서 묘역 원형 불법훼손 문제가 제기되자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지자체 등 관청이 문화재 정비를 하면서 종종 탈·불법 행위가 곳곳에서 일어난다. 특히 매장 문화재를 다룰 때에는 전문가들과 함께 땅 파기 작업 같은 게 이뤄져야 함에도 그저 오늘날 건설 현장 불도저식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로 인해 귀중한 매장 문화재가 원형을 잃거나 훼손되는 일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그때마다 관련 공무원들의 비 전문성, 문화재에 대한 무지 같은 게 지적되곤 했다. 무지하면 최소한 관련법 규정이라도 잘 살피고, 그에 따른다면 부실·무지한 행정 탓에 귀중한 문화재를 훼손되는 일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해 고인돌 훼손 사건은 문화재 발굴에 대한 인식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