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생활인구

한중기 논설위원

2023-02-01     경남일보
일상의 생활공간이 두 군데 있다 보니 가끔 묘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주민등록지가 있는 집에서 보다 행정구역이 다른 직장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탓이다. 정체성 혼란까지는 아니지만, 과연 내가 사는 동네가 어딘지 종종 헷갈리기도 한다. 직주분리로 원거리를 출퇴근해야 하는 많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 흔한 현상이다.

▶정부가 ‘생활인구’개념을 도입했다. 인구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라 할만하다. 지금까지는 인구정책 기준을 출산과 사망, 인구 이동 등 인구 현상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인구와 사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에 더해 출퇴근, 관광, 의료, 등하교 등으로 지역에 머무는 체류인구와 외국인 등록 인구 모두를 포함한다.

▶조삼모사의 성격이 없진 않지만, 현행 주민등록 인구에 국한한 정책보다 한층 유연하고 수용성 높은 지역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정지역의 통신데이터를 분석한 인구추계여서 실질적인 인구분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다소 결이 다르지만 일본은 ‘관계인구’개념을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생활인구가 고향사랑기부와 연계된다면 지역회생의 시너지 효과가 있고, 자연스럽게 정주인구 유입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인구감소지역지원 특별법 시행으로 지역회생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정부는 낙관하지만,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 어떤 인구개념을 도입하든 기본적으로 모집단인 인구가 줄어든다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