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02] ‘공룡 능선’ (김혜영 시인)

2023-02-09     경남일보
 ‘공룡 능선’ (김혜영 시인)


 


공룡의 등뼈를 오른다

중생대의 숲이 그리워 화석을 만지듯

흰 구름은 부드러워

느릿느릿 걸어오는 속치마는 부풀었지

수묵화처럼 번지는 구름바다!



-김혜영 시인, ‘공룡 능선’



디카시는 사진과 문장의 융합 예술이다. 기계 과학기술(카메라)과 사물이 합쳐지고 거기에 문장이 합세하여 탄생한다. 그러니까 디카시는 사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문장만으로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디카시가 문자 문학만의 특성과 변별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대중에게 문학이란 문자로만 형성된 것이라고 인식된 것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이후이다. 그러니까 디카시는 인쇄술 발명 이후 디지털 전자매체 시대에 새로운 예술 형식이다.

위 디카시는 산과 구름을 시인의 카메라가 복제하고 시인이 비유적 감각을 문자화하여 탄생하였다. 산이라는 원본과 구름이라는 원본을 해체하고 공룡의 등뼈로 부푼 속치마로 치환하여 중생대를 재현한 것이다. (시인 · 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