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지각판 충돌

정재모 논설위원

2023-02-09     경남일보
튀르키예와 시리아 북부 지역에 6일 발생한 진도 7.8의 강진. 9일 현재 사망자가 1만 6000명을 넘었다. 종국적으론 2만 명도 넘을 거란 예측이 나온다. 부상자는 지금까지 5만 명이란 보도가 있다. 크고 작은 건물 3만 채가 폭삭 주저앉거나 땅밑으로 사라졌다. 처참한 광경이다. 이 영상 바라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일러스트 지옥이 지상으로 올라온 형국이다. 땅거죽이 흔들리고 갈라지자 땅 속에 갇혀 있던 지옥이 현실 세계에 펼쳐진 건가. 아기를 잃은 어른이 울부짖고 어른을 구한 젊은이가 깔렸다. 갓난 핏덩이는 천진한 두 다리를 파닥이고, 무너진 건물더미 주변은 아비규환이다. 이런 지진은 2015년 네팔, 2010년 아이티에서도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닥친다는 사실이 우리를 전율케 한다.

▶지진은 지각판(地殼板)의 예고 없는 충돌이다. 지구의 겉 부분은 두께 100km 안팎의 크고 작은 암석판 10여 개가 구들장처럼 모자이크 모양을 이루며 둘러싸고 있다. 이 지각판들이 가끔씩 지구 내부 ‘불의 강물(맨틀)’ 위에서 일렁이다가 박치기를 하는 거다. 이번 지진도 유라시아판과 아라비아판, 아프리카판이 끄트머리를 맞대고 있는 지역에서 난 거다.

▶지각판들끼리의 충돌에 몸서리치다가 생각은 또 다른 ‘판’으로 뻗는다.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이 지표의 판을 이루며 늘 맞닿아 있는 한반도 남쪽. 대한민국을 둘러싼 정세의 지각판은 안정적인가. 충돌할 염려는 없는가. 잘 먹고 잘 놀다가도 폭격 맞은 듯한 지진 현장을 보면서 왈칵 불안해진다. 부디 쓸데없는 기우라면 좋겠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