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제] 4년 만에 노마스크 연극 축제 “골라봐야지”

3월 17~29일 창원 3·15 아트홀…경남 13개 극단 1편씩 무대 올려

2023-02-14     백지영
제41회 경남연극제가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연극제는 코로나19로 관객 없이 무대에 서거나 마스크 의무 착용 지침으로 객석 표정을 볼 수 없었던 지난 3년과는 달리 모든 빗장이 사라지면서, 4년 만에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연극 특유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창원에서 열리는 제41회 경남연극제가 3월 17일부터 29일까지 13일간 창원 마산회원구 3·15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경남연극제가 창원에서 열리는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연극제 슬로건은 개최지인 창원의 도시 브랜드인 ‘플러스(Plus) 창원’에서 착안한 ‘도시에 즐거움을 더하다’이다. 연극 예술을 통해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즐거움을 더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이번 연극제에는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소속 11개 지부에서 13개 극단이 각 1편씩 작품을 선보인다.

공연은 홀수일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짝수일 3·15아트센터에서 각각 펼쳐진다. 폐막일인 29일(오후 4시)을 제외하면 모두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연극제의 정수로 꼽히는 경연에는 비경연작 1개 작품을 제외한 12개 작품이 참여해 경쟁을 펼친다.

이번 연극제에서 도내 13개 극단이 선보이는 작품들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17일=개막일 경연 첫 순서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마산 극단 상상창꼬가 준비한 ‘그 여자가 기다리는 섬(김정희 작, 김소정 연출)’이다. 진해 소쿠리섬 설화를 바탕으로 재창작한 전생과 현생을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다. 지난해 경남연극제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했지만, 당시 배정받았던 협소한 공연장에서는 배 3척 등 필요한 소품을 들일 수가 없어 포기해야만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성진은 사랑하는 여인이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는 꿈을 반복해서 꾼다. 꿈속 장소인 진해 명동을 찾은 그는 한 여인과 마주한 뒤 전생 속으로 빠져든다.

김소정 연출은 “사랑 이야기라는 큰 줄기 속에 약속·효 등의 주제가 들어간 작품으로, 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진부하지 않도록 재창작했다”며 “드라마틱한 운명을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지 고민했다. 아날로그와 생생함으로 담아내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18일=함양 극단 문화모임 광대가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려줘(이화영 작·연출)’를 펼친다. 학교 홍보 방송만 하는 현실에 불만을 품고 대자보를 붙였던 드림고등학교 방송반 학생들이 징계 위기에서 벗어나 학교 홍보 영상을 함께 만들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관객에게 목소리란 무엇일지, 좋은 학교란 어떤 곳일지 질문을 던진다. 

이화영 연출은 “각박해지는 현실 속 학교만큼은 포근하게 학생들을 감싸 안아주는 곳이길, 학생들 한명 한명이 반짝반짝 빛나길 기원하는 소박한 마음을 담아 준비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19일=창원예술극단이 ‘늙은 부부 이야기(위성신 작, 정현수 연출)’를 공연한다. 딸 셋을 출가시키고 ‘욕쟁이 할멈’으로 위장해 혼자 살아가는 점순에게 그를 마음에 품었던 70대 영감 동만이 찾아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너무 늦게 만나 짧은 기간 이루어진 늙은 부부의 사랑은 눈이라도 펑펑 쏟아졌으면 좋을 겨울로 접어든다. 

정현수 연출은 “살면서 생의 끝자락만큼은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다는 욕망 하나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며 “나의 생 끝자락에도 있을 법한 아련하고 애틋한 행복을 꿈꾸며 작품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20일=진해 극단 고도가 ‘언덕을 넘어서 가자(이만희 작, 차영우 연출)’를 선보인다. 완애·자룡·다혜 국민학교 동창인 세 친구는 불의의 사고를 계기로 과거·현재·미래에 뒤엉킨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완애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만 간직해온 진실을 50년 만에 다혜에게 털어놓는다.

차영우 연출은 “많은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속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지만, 체면을 차리거나 진실을 넘겨짚다 보면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며 “솔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고 오해를 풀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도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21일=통영 극단 벅수골이 ‘곰팡이들(유보배 작, 장창석 연출)’ 초연에 나선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잊혀지리라 생각했던 과거의 오욕과 영광이 되살아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극렬한 이념 대립과 시대의 변화 속 소통되지 않는 인물들의 번민과 갈등은 마치 틈틈이 자리 잡은 곰팡이처럼 그저 존재한다. 

장창석 연출은 연출 의도를 통해 “시대의 상흔을 그대로 안고 사는 인물들은 누군가에 의해 기억이 치유돼야 하지만, 치유받지 못하고 곰팡이가 피어나듯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로 무너지게 된다”며 “깰 수 없는 후유증으로 현실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반추한다”고 했다.

 

◇22일=창원 극단 미소가 ‘난파, 가족(장종도 작·연출)’으로 무대에 선다. 소문난 맛집 ‘황가정’을 운영하는 황택수 사장이 요리 명장에 선정된다. 황 사장은 이를 기념해 초호화 여객선을 탈 기회가 주어지자 자의 반 타의 반 탑승을 택하지만, 그가 탄 배는 난파되고 만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무사 귀환을 소원하면서도 꼭 돌아와야만 하냐는 의문을 던진다.

장종도 연출은 “중년을 향해 가는 시점, 좋은 가족은 무엇일지, 서로 필요가 없어진 가족은 어떻게 돼야 하는지 굳이 필요 없는 의구심이 들곤 한다. 유쾌하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며 “언젠가는 이 작품이 유쾌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백지영기자·사진=경남연극제 집행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