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대나무(손택수)

2023-02-19     경남일보
대나무(손택수)
 

 

대나무는 자신의 가장 외곽에 있다

끝이다 싶은 곳에서 끝을 끄을고

한 마디를 더 뽑아올리는 게

대나무다

끝은

대나무의 생장점

그는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새 몸을 얻는다

뱀의 혀처럼 갈라지고 갈라져서

새잎을 뽑아낸다

만약 생장이 다하였다면 거기에 마디가 있을 것이다

마디는 최종점이자 시작점 ,

공중을 차지하기 위해 그는

마디와 마디 사이를 비워놓는다

그 사이에 꽉 찬 공란을 젖처럼 빨며 뻗어간다

풀인가 나무인가 알다가도 모르겠다

자신이 자신의 첨단이 된 자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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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두어서 더 튼튼한 대나무, 끝이 시작점이고 시작이 또 끝점이어서 연결마다 마디를 만들었다 .

허공에 키를 키우며 햇살을 탐하는 성장의 치열함과 지금에 머물지 않고 더 높을 곳을 향하는 집념을 배우게 한다.

저 끝에 생장점을 만들어 놓고 더 높은 곳을 탐하는 모양새가 우리의 욕망을 닮았다.

볏과에 속해서 풀로 분류되지만, 나무로 존재하는 그는 다른 식물과의 공존을 허락하지 않는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한 뿌리에서 태어나 족속끼리 공생하면서도 생존을 경쟁하는 생태가 더욱 우리를 닮았다.

지난 허물을 벗어버릴 줄 알고 키를 키운 대나무에서 스스로를 제대로 돌아볼 일이다.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