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소주 한 잔

한중기 논설위원

2023-02-22     경남일보
보통 소주 하면 한자로 ‘소주(燒酒)’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병의 상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희석식 소주(燒酎)’라고 적혀 있다. ‘세 번 빚은 술 주(酎)’자를 쓴다. 세 번 빚어 독한 술이라는 표현을 넣어서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의 ‘주(酒)’자와 구분해서 썼다고 전해진다.

▶한때 소주 도수가 25도를 넘어 30~35도까지 나오는 ‘독한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1990년대 25도였던 소주 도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려가 16도까지 내려가더니 다음 달에는 14도대 소주까지 나온다고 한다. 건강을 위한 최저열량 구현 또는 젊은 층의 니즈변화 같은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소주 회사들이 알코올 도수를 내리는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 도수 낮은 소주는 업체에서 홍보하는 소비자 니즈만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뭐니 뭐니 해도 돈이 되기 때문이다. 희석식 소주는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병당 주정 값 0.6원이 절감된다. 여기에다 도수가 낮으니 소주를 더 많이 마시게 되면서 매출이 오르니 일거양득 꽃놀이패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주세와 원재료·부자재 가격의 인상으로 소주값이 또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주류 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출고가를 인상할 경우 ‘소주값 6000원’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단한 삶의 애환을 달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약의 힘을 주던 퇴근길 소주 한 잔 조차 망설여야 할 판이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