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 햇볕도 아까워라!

변진희 갈전초등학교 교장

2023-02-26     경남일보


요즘 신혼부부는 아기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고 다들 걱정이다. 아기만 낳으면 지자체를 비롯한 주변에서 출산장려금이며 축하금이며 다양하게 지원해 줄 준비가 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다행히도 딸이 결혼해서 나도 첫 손주를 보는 영광을 안았다.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손주를 직접 대면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진주를 한 번 다니러 온다고 했다.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 아기를 키운 지가 어언 삼십 년이 훌쩍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래, 아기가 덮을 이불을 준비하고, 어른이 사용할 이불도 내 널고, 사위 좋아하는 반찬도 준비해 놓고, 집안 곳곳 소독도 하고, 젖병 삶을 새 냄비도 준비하고…’ 모처럼 아기 울음소리 들을 생각에 설레어서 꼼꼼하고 세심하게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3년 가뭄에 하루 쓸 날 없다고 했던가? 그동안 비가 안 와서 가뭄이 걱정이라는데 오랫동안 날씨가 좋다가 하필이면 요 며칠 비가 오고 흐렸다.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주말에 이불 내어 널 계획을 세웠다가 낭패를 보고 비 그친 구름 사이로 가끔 고개를 내미는 해를 따라 이불을 널었다 걷었다를 반복하했다. 얼굴을 내미는 해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비가 그친 뒤 잠시 해가 비친다면 그 뜨거운 기운을 햇빛이 아닌 ‘햇볕’으로 표현하고 싶다. 이 감사한 햇볕을 아까운 줄 모르고 얼굴 그을릴까 모자를 눌러 쓰고 얼굴을 가리고 그동안 야외활동을 했었다.

앞 공원에 홍매화가 봄을 알리는 전령사가 되어 앞다투어 피었는데 아직 바람은 차서 따뜻한 햇볕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홍매화가 입증해 주듯 입춘이 지났지만 기상이변 탓인지 사람들의 바깥 활동은 그리 많지 않아 생체 리듬이 깨질까 걱정된다. 사람도 식물처럼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아이들이 다녀간 이후로 감사한 햇볕을 마주할 때마다 “아, 그래 나도 햇볕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다짐을 해 본다. 그래서 좀 부족할지라도 비 그친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해처럼 다른 사람이 도움을 요청해오면 달려가 함께 걱정해주고 고민을 나눌 생각이다. 그동안도 삶의 방식 또한 아름답게 거절할 줄 몰라서 오지랖 넓다는 소리도 듣고 괜한 소리에 얹히기도 하였다. 또 누구에게나 비춰줄 한 줄기 햇살이 되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어다니느라 몸이 힘들 때도 많았었다. 이제는 따사로운 햇볕 같은 선배로 내게 도움 청한 이의 부드러운 자양분이 되고 싶다. 우리 집 베란다에 따사로이 찾아오는 햇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