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진주정신

변옥윤 논설위원

2023-02-27     경남일보
진주지역은 수십억년 전부터 형성돼 온 지질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나라 지질학의 보고다. 중생대에 이르러선 동식물의 종을 번성케하는 조건을 갖춰 출토된 화석이 그 다양성을 증명하고 있다. 석기시대와 청동기를 관통하는 유적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물산이 풍부했다.

▶전국에서 인재가 몰려들었고 문화도 번창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성씨(姓氏)의 본관이 많은 성씨의 고향인 것으로 증명된다. 고도(古都)중의 고도라 할만하다. 한 때 억수지지(逆水之地)라 하여 인재등용을 꺼렸으나 수많은 인재가 나와 나라의 동량이 됐다.

▶경의(敬義)사상을 내세운 남명 조식이라는 훌륭한 학자가 나와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대 그의 제자들은 곳곳에서 의병을 일으켜 이 땅을 지켰고 그 사상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苛斂誅求)에 맞선 농민항쟁과 신분의 불평등에 봉기한 형평운동은 그야말로 진주정신의 발로라 할 만하다. 그 중심에 남명 조식이 있다.

▶3·1독립만세운동은 민족자존과 인류공영을 앞세운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 불의한 압제를 평화적으로 끊어내려는 저항이다. 진주지역에선 이 만세운동마저 기층민인 기생은 물론 걸인까지 동참했다. 지역 전반에 스며든 불의에 저항하고 평등과 진실에 집착하는 진주정신의 결과물이다. 그 피는 오늘도 면면하다. 삼일절을 맞으며 다시 한번 진주정신을 곧추세운다.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고 국가에 이바지하며 불의에 저항하는 것이 곧 진주정신이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