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사랑의 방향(변희수)

2023-03-05     경남일보
사랑의 방향(변희수)
 

 

물이 넘치고 있다 나는

넘치는 물을 붙잡으려고 애를 쓴다

발목을 훤히 드러내며 흐르는

낭비는, 아름다운 말이다

한때 서로를 나누었던 키스처럼

받아놓은 물속에 녹아 있는 빛

물이 불을 껴안고 있다

물속에서 숨을 참는다

과한 것들이 흘리고 가는 소리를

흐르는 소리로 듣는다

사랑의 모양이 바뀔 거라는 전갈

물이 내린 결정을 짐작한다

그것이 물의 의도라면

그것은 물의 의지일 것 같다

누가 여기 있었다는 증거처럼

마르지 않는 안색이

노란 프리지어를 유리컵에 담아둔다

똑, 똑, 흘러내리던 물이 방향을 모색한다

떨어지기 직전의 눈동자가 매달린다

소비라는 음성이 귀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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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면 넘치고 과한 것은 스스로를 조절해 필요한 만큼만 차지하는 게 물이다.

화병에 넘치는 물을 훔치면서 은유를 찾는다, 물속에 담아둔 햇살이 아름다운 키스처럼 빛나고, 빛을 잡아둔 한때의 사랑을 껴안는다.

차마 흐르는 것을 흘러가는 사랑으로 간주하는 것은 사랑은 그를 가두는 그릇에 따라 형태를 갖추기 때문이다.

그 의지는 물이 결정한다, 물을 꾸리는 자의 의도에서 결정된다.

그 의지를 같기까지 누군가가 역할이 있었던 것을 짐작하며 프리지어 꽃줄기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눈물을 닮았다.

그대의 말씀을 기다리는 것은 이제 소비일 수도 있겠다.

작정은 결정의 예비조건 일수이기 때문이다.

사랑도 물처럼 낮은 곳으로 고인다.

함의가 깊은 시 한 편을 만나다.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