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후보자와 당선인

정승재 논설위원

2023-03-14     경남일보
전국의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각각의 조합장 선거가 끝났다. 200만 여명에 육박하는 조합원이 선거권을 갖고 1300명의 당선자를 뽑았다. 후보자는 길게 몇 년, 짧아도 수개월간 조합원 마음을 얻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자치단체나 그 유관기관, 친목모임 등에 초청 유무를 불문하고 얼굴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현직에 견준 홀대도 있을 만 하고, 때로는 몰염치를 보이기도 한다. 건낸 명함이 면전서 버려지고 청한 악수가 거절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인격적 모멸이 있어도 미소로 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고난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선거다.

▶그렇게도 몸을 낮춘 자세가 당선되면 바뀐다고들 한다. 후보자는 친밀한 정서를 안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심지어 ‘포커 페이스‘의 심중을 눈치로 식별하기도 한다. 속으로 내편과 상대편을 알아 차린다는 말이다. 말과 행동이 아닌, 눈빛 등 교감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선거에 이긴 당선자는 내편 아니던 사람을 밀어내고 싶을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유권자는 자신이 찍지 않은 당선자에게도 다가선다. 당선이 권력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섭리다. 심리학에서 일컫는 ‘인출유도 망각’의 일종이다. 개표를 마친 하룻밤 사이에 후보에서 당선인으로 바뀐 신분, 인사의 허리 각도가 달라졌다는 실제적 사례도 들린다. 후보와 당선인, 더도 덜도 아닌 그 간극이 적으면 좋겠다.
 
정승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