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어머니의 밥상(김현현)

2023-03-19     경남일보
어머니의 밥상(김현현)
 

 



한겨울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머니가 차란 아침 밥상

일곱 식구가 앉았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밥상에는 기름 발라 갓 구운

김이 열세 장



아버지 앞에 넉 장

할머니 앞에 세 장

내 앞에는 두 장

동생 네 명에는 달랑 한 장씩



이제야 생각하네

어머니 당신은 부엌에서

김 한 장이라도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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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이 뜨겁다. 가부장적 제도하에서의 어머니들의 한 단면이다.

요즘의 청년들에게는 전설 같지만, 지금 할머니들의 이야기고 중장년층에게는 당장의 이야기다. 대가족이 겸상하고 고봉으로 담은 아버지의 밥상을 흘겨보던 배고팠던 시대의 한이다. 한 바가지 눈물에 말아 끼니를 해결하고 얼음장을 깨어 빨래하던, 순종과 자기희생을 미덕으로 알았던 불편한 진실이다.

진주인문도시사업단에서 여든을 드신 분들에게 한글을 깨우고 시를 가르쳐서 책으로 묶었다.

깊은 울음의 항아리를 깨버렸다.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 세상의 눈물을 요구하는 작품들 앞에서 숙연해진다.

언어의 술수가 따르지 않은 체험의 시들이 감동을 소환한다. 그분들의 삶 자체가 시며 한 편의 소설이다.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