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근로시간 제도 개편 혼란

정영효 논설위원

2023-03-26     경남일보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일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근로자들의 반발, 야당의 반대가 거세다. 그러자 8일 만인 지난 14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소통이 부족했다”라며 법안 재검토를 지시했다. 반면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큰 프레임은 변화가 없다. 정책 원점 검토는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16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라는 발언을 했고, 보완을 지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나흘 후인 20일 “대통령 지시가 개인적 생각이지 ‘가이드라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의견을 수렴해 60시간이 아니고 더 이상 나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과 정부 부처, 대통령실이 서로 엇박자를 내며 오락가락이다.

▶주 최대 69시간 근무를 놓고 해외에서도 비판적이다. 미국 CNN 등 해외언론에서는 “한국 노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에, 초과 근무가 일상적이며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호주 ABC 방송은 과로사를 한국 발음 그대로 ‘kwarosa’로 사용하면서까지 비판적이다.

▶주 최대 69시간 근무시간 개편 여파로 지금 나라가 혼란스럽고 뒤숭숭하다. 이런 가운데 2021년 우리나라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연간 1915시간이었다. OECD 국가 중에서 5번째로 긴 노동시간이다. 우리나라가 ‘OECD 장시간 노동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개편인지 의문스럽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