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봄꽃의 탈동조화

한중기 논설위원

2023-03-29     경남일보
꽃샘추위 와중에도 봄꽃은 서둘러 피어나 상춘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도 봄꽃의 향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벚꽃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보름 이상 빨라졌다. 벚꽃만 그런 게 아니다. 배꽃이며 복숭아꽃 할 것 없이 다른 봄꽃들도 평년 보다 이른 시기에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바야흐로 봄꽃의 계절이다.

▶봄의 전령사가 앞당겨 도착하면서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벚꽃 축제를 준비해 온 지자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축제를 열기도 전에 벚꽃이 만개하면서 ‘강제’로 당겨진 축제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봄꽃 축제의 대목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도 울상이다. 사람 뿐 아니다. 곤충 세계도 비상이 걸렸다.

▶생태학자들은 봄꽃 개화시기가 앞당겨지는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구의 온난화 영향으로 봄꽃은 일찍 피었지만, 꽃의 매개체인 곤충들은 미처 월동을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태 사슬이 연결되어 있는 봄꽃과 벌 나비 같은 곤충들이 다른 속도로 반응하게 되면 생태학적 관계에 대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봄꽃의 탈동조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과 곤충 간에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공생관계가 파탄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연의 섭리에 균열이 생기면 일부 종은 멸종까지 우려된다. 봄꽃은 죄가 없다. 사람이 문제라, 때 이른 봄꽃 구경을 마냥 좋아 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