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가정 정환기선생의 교육 철학

강종표 진주교대 교수

2023-04-10     경남일보


재일교포 고(故)정환기 선생은 1997년 진주교육대학에 1억원의 발전기금 출연을 시작으로 현재 188여억원의 기본재산을 가진 가정정환기장학재단을 설립해 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항상 “나라 발전의 원동력은 교육이다”면서 “그 중에서도 더 중요한 교육은 초등교육이다, 그림을 그릴 때의 밑그림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처럼 초등교육은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이고, 중등은 물감을 칠하는 단계이다. 물감을 칠하는 것은 방법을 바꿀 수도 있고, 수정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초등교육은 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고 했다. 또한 “부존자원이 없는 조국이 오늘날 이렇게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비결은 결국 교육의 힘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장학재단을 설립, 진주교육대학교 학생들에게 매년 3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정환기선생의 교육에 대한 이러한 열정과 의지는 모국의 발전과 후학들의 학문활동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재일교포 자녀들의 장학금 지원에도 선생의 사재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선생은 당시 재일교포 2·3세대들이 차츰 민족정신을 잃어가고 한국어를 기억하지 못 할 때쯤, 아이찌 한국학원(현 나고야 한국학교) 건립을 주도했다.

35년간 한국학원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의무적으로 ‘민족교육 50시간 의무제’를 이수해 한글을 읽고 쓰며 애국가를 부를 수 있게 하는 등 재일교포 젊은이들의 민속의식 고양에도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

그의 교육 철학은 선생의 뼛속 깊은 곳에서 한 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던 재일동포로서의 고국 사랑과 동포애, 근검절약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어느 날 진주에서 여러 지인들과 좌담회를 갖는 중 한 사람이 휴지가 필요해 티슈 두 장을 쓰려고 하자 “한 장만 해도 될 것을 두 장이나 쓰느냐”면서 근검절약하는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선생의 저서 ‘내사랑 대한민국’을 통해 고국 사랑을 얼마나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자서전 ‘재일을 산다’에서 교육에 대한 열정과 인생관, 일본에서 한국민으로 겪어야 했던 애환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이 자서전은 진주교대 ‘정환기 기념관’에 비치돼 있으며, 이 곳에서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고국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정환기 선생께서는 평소 “내가 이 세상을 뜨게 되면 평생을 살았던 일본이 아니고 내 모국 한국에서 잠들고 싶다”라고 말씀하셨는데, 2016년 10월 세상과 이별, 천안 ‘망향의 동산’에 영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