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폐교

정승재 논설위원

2023-04-11     경남일보
학교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어 문을 닫는, 폐교는 배울 학생이 없어서가 대부분의 원인이다. 과거 촌락을 이룬 읍면에는 보통 2개 이상의 초등학교가 건재하여 행진곡에 맞춰 줄서서 등교하곤 했다. 도시로만 인구가 이동하고 그럼으로써 마을이 없어지고, 폐교는 늘어나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산아제한 시책이 국정 목표로 설정되던 때를 상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에 상전벽해다.

▶1990년대 이후 하나 둘 학교가 없어지더니 지금까지 약 4000여 개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경남의 경우도 500여 개교에 이른다. 지금은 면소재지 마다 1개 혹은 아예 학교가 없는 지역도 부지기수다.

▶마을 전체에 초등학교서 고등학교까지 전 교육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곳도 상당수란다. 중등학교는 과목별 전담교사가 없어 국어교사가 영어를 담당하는 기현상도 있다. 폐교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전반적 대책이 절실히다. 흉물이 될 소지가 있다. 효율적 활용에 손 걷을 필요가 있다.

▶지난 주말 사천시 일원에 10여 개 초등학교 동창회가 개최됐다. 그중 절반은 폐교에서 진행됐다. 황량한 교정, 뛰놀던 운동장이 대나무밭으로 바뀐 데도 있었다. 졸업생은 얼마나 허망했을까. 눈시울을 적신 졸업생도 보였다. 마치 부모와 고향잃은 실향민처럼. 한편, 폐교 자산이 3조원에 이른단다.
 
정승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