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아르 브뤼(Art Brut) 작가 정신

김성수 지리산아트팜캠퍼스 학장

2023-04-23     경남일보


날 것, 가공하지 않은 순수한 예술 등의 의미를 가진 ‘아르 브뤼(Art Brut)’ 작품 전시회가 오는 5월 6일부터 지리산국제환경예술제 특별초대전으로 열린다. 그에 앞서 아르 브뤼 작가들의 창작 레지던시가 지난 11일부터 4일간 ‘아르브뤼 코리아’와 함께 하동 지리산아트팜에서 있었다.

아르 브뤼 작품 전시회는 일정 기간 입주해 작품을 제작·전시하는 방식으로, 이번에는 개별 작품 한 점과 공동작품 한 점을 출품한다. 미리 완성한 개별 작품들과 각자 구한 쓸모를 다한 TV 모니터에 각각의 작품을 완성해 설치미술 형식의 공동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아르브뤼’란 예술의 원형, 날 것, 천연의 의미를 가지며 프랑스의 화가 ‘장 드뷔페(Jean Dubuffet)’가 주창한 예술 장르다.(아르브뤼 선언문) 따라서 전통적이고 진부한 창작의 원칙보다는 본능과 무의식을 작품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기존의 전통적 규범이나 유행에 연관돼 있지 않으며, 개인의 완전한 창의성에 의해 독자적으로 만들어진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네이버 두산백과)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르떼 숲’에서 열린 아르 브뤼 선언전 ‘나는 나입니다’에 따르면, “아르 브뤼는 발달장애 작가들의 작가정신”이라고 외친다. 또 “발달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예술 분야에서 빼어난 소질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미술 작가의 활동은 두드러진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인심은 발달장애 작가들이 장애를 지녔다는 이유로 개개의 정체성을 살피기보다 장애인이라는 틀 안에 가두어 버린다”라고 말한다.

필자는 이번 창작 레지던시 동안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바로 아르 브뤼 작가들의 몰입성과 높은 집중력이다. 사물을 관찰할 때 일반인이 안경을 쓰고 보는 것이라면, 아르 브뤼 작가는 현미경으로 꿰뚫어보는 것으로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때묻지 않고 순수하며, 더 깊이가 있다.

장 드뷔페의 고백처럼 자신의 작품 원형을 발달장애 작가의 작품에서 가져왔으며, 그런 연유로 ‘다듬지 않은 원형’이라는 뜻의 아르 브뤼라는 미술사조가 형성됐다고 한다.

“의학적 소견인 발달장애 작가 대신 아르 브뤼 작가라고 부르고, 그 특성을 인정하는 것이 이들의 정체성 확립을 도와주는 길이다”라고 아르 브뤼 선언문은 외친다. 선입견과 차별 없는 평등사회가 건강한 사회임을 다시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