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우주항공청,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윤창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2023-04-23     경남일보


상상을 초월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우주항공의 거버넌스가 구체화 되고 있다. 정부는 경남, 대전, 전남을 우주개발특구로 지정했다. 그러면서 ‘민간’ 주도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성장 거점의 클러스터로서 경남을 위성특화지구로 지정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해 ‘민간’ 중심의 항공우주산업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 컨트롤타워로 ‘한국판 나사(NASA)’인 우주항공청(KASA)을 만들기로 했다.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우주항공청의 ‘경남 사천’ 설립이 명시돼 마침내 질병청-경찰청과 같은 ‘외청 형태’의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는 소위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항공청의 경남 사천 설립이 입지 논란에 휩싸이더니 지역과 정치권의 힘겨루기 모양새가 되고 있다. 위상과 형태를 놓고도 시끄럽다. 대전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축이 되어 우주항공청 대신에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의 우주전략본부’를 만들자는 이른바 ‘우주전략본부 설치법’을 대체입법으로 별개로 발의한 것이다. 입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대표발의한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소관위인 과방위 간사이며 지역구가 대전이다. 경남은 ‘훼방 놓기’라며 반발했다. ‘우주전략본부 설치법’은 기존의 우주개발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과 다름이 없고, 이는 우주항공청의 설립을 지연시킬 뿐이므로 우주산업의 국가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이 시점에서 부적절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사천-우주항공청’ 추진의 명분은 관련 산업의 생태계를 반영한 지역균형발전과 대통령 공약(정부 국정과제)이다. ‘대전-우주전략본부’의 명분은 행정 효율성과 인재 확보의 유리함이다. 요즘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뉴스페이스 즉,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이 대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공적’ 영역 위주로 우주산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다 보니 오랜 역사를 가진 외국기업들과 달리 정부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시대를 열 수 있는 최적지로 사천이 부상한 것이다. 사천은 이미 우주항공의 중심지인 카이(KAI)와 협력사 300여 개 등 항공우주 관련 기업이 터전을 잡고 있다. 국내 항공기 제조 분야 생산액의 80%, 종사자의 70% 정도가 사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천을 전제로 한 소위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정부는 우주항공청을 사천에 세워 이 지역을 항공우주의 요람으로 만들 계획이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 우주항공 거버넌스 정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각론은 다르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고 차기 정부에서 다시 논의하는 게 낫겠다는 비아냥마저 나오는 등 위태롭기까지 하다. 과방위와 국회의 의석 분포상 민주당이 절대 우위에 있어 만만찮다. 자칫 본말이 전도되어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 컨트롤타워를 구축하자는 공감대마저 엎어질까 우려된다. 만약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우주항공청의 개청이 지역이기주의와 정치적 셈법으로 늦어진다면 전 세계의 치열한 글로벌 우주 경쟁에서 밀릴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계획에 따른 우주항공청의 빠른 개청이 요구된다.

물론 우주항공청의 출범만으로 우주산업 육성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지자체, 앵커기업, 연구기관 및 대학 간의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오히려 대전에 집중되어있는 연구기관들을 이참에 적재적소에 분산배치 하는 건 어떨까. 오래 전 혁신도시의 구축 당시에 지역균형발전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대전 지역의 연구기관들도 공공기관과 연계해 분산배치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논의의 미실행이 어중잽이 혁신도시화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분석도 있으니 말이다. 이와 함께 경남 소재 국립대학 간 연합(통합)을 통한 관련 학과의 재배치로 인력 양성의 효율화도 필요하다. 그러면서 ‘고급전문인력’의 유치에 필요한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의 부족함은 사천의 카이(KAI)와 인접한 경남항공국가산업단지와 경남진주혁신도시를 연계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천만으로 버겁다면 대승적인 차원의 지혜로운 협업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