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진주정신

변옥윤 논설위원

2023-04-24     경남일보
100년 전 오늘은 진주에서 형평사가 창립된 날이다. 이날을 기념해 시내 곳곳에선 기념식과 각종공연, 학술대회,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백정이라는 신분으로 천민대접을 받던 사람들에 대한 해방운동이었으나 형평운동은 채 1년도 지나기 전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라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 나중에는 여성과 노동자, 농민(소작농) 등 소외계층에 대한 평등운동으로 승화, 사회적 대전환을 불러 일으키는 인권운동으로 승화됐다.

▶‘공정은 사회의 근본이요 애정은 인류의 본성이라’는 형평사 창립선언문에서 읽듯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신분차별을 타파하자는 민주사회을 지향한 발로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운동에 당시만 해도 엄존했던 신분제도 최상층의 양반들이 앞장선 것도 앞선 자각이었고 진주라는 지역사회에 충만했던 평등정신에 힘입은 바 컸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역사적 사실로만 인식되었을 뿐 묻혀 있었던 형평운동을 재조명하고 이를 진주정신의 비중있는 부분으로 재정립해 기리는 것은 당연하다. 소설가 정동주가 그의 장편 대하소설 ‘백정’을 통해 섭천을 주무대로 엮어낸 백정의 애환과 삶은 형평운동의 시대적 요청을 웅변으로 대변하고 있다.

▶형평사 창립 100주년은 지난 시절의 역사적 사실로만 박제되어선 안된다. 이날을 기념한 다양한 행사는 새로운 인권운동과 평등사회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어야 한다. 진주시민들의 용기있는 역사적 재평가와 오늘의 다양한 행사에 자긍심을 느낀다. 그것이 곧 진주정신이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