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11] 봄비

박수아 두원공대 간호학과 교수

2023-04-27     경남일보
 



꽃잎이 떨어지는 봄비 내리는 날

스산한 날씨에 움츠려지는 몸
따뜻한 우산에 펴지는 마음

고맙습니다.
고양이에게 우산을 건넨 따뜻한 그대

ㅡ박수아 두원공대 간호학과 교수의 ‘봄비’

‘봄비’를 읽으면서 따뜻함의 상대어는 서늘함이 아니라 소외라고 해석한다. 소외는 개인과 그 개인이 귀속된 사회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를 넘어 집단이나 사회문화에 소속되거나 합류하지 못할 때 일어난다. 사회로부터 대상화되는 일,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먹이활동을 제외한 시간에는 안전한 곳에 몸을 숨기고 살아가는 야생 고양이와 달리 인간의 주변을 근거지로 삼아 어슬렁거리는 것들은 대체로 재야생화된 동물들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반려 고양이를 유기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길고양이의 삶을 걱정하며 돌보기도 한다. 비에 젖지 않도록 우산을 세워두고 그 아래 박스와 담요 그리고 먹을 것까지 챙겨놓은 사람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지닌 것일까. 모든 생명은 따뜻함이 키운다. 봄비가 새싹을 초록으로 키워가듯 마음 따뜻한 사람이 길고양이를 살게 한다.

시인·계간 ‘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