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의 나뭇결에서 마주한 동양의 숲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1전시실 ‘이성자:숲 속으로’…40여 점 2전시실 파성 설창수 기증유물 특별전

2023-05-02     백지영

이성자가 프랑스에서 판화 판을 깎으며 마주한 나무의 물결은 어쩌면 고향의 숲이 아니었을까.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이 이성자의 50년 판화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지난달 25일 개막한 소장품 특별전 ‘이성자:숲 속으로’로, 제1전시실에서 오는 7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이성자의 판화 작품을 전기와 후기로 나눠 이성자의 예술 세계에서 판화가 가지는 의의를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명 ‘이성자:숲 속으로’는 작가가 자신의 판화에 대해 술회한 것에서 따왔다.

전시는 1부 ‘숲을 만나다’, 2부 ‘숲 속으로’, 3부 ‘숲을 노래하다’ 등 크게 3부로 나뉜다. 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주요 작품 40여 점을 망라했다.

먼저 1부에서는 1957~1959년 판화 기법의 수용 과정과 ‘초기 판화’의 일부를 선보인다. 2부는 1960~1980년 ‘초기 판화’의 연장선으로, 판화와 회화 간의 연계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담았다. 3부는 1981~2006년 ‘후기 판화’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이성자 판화의 정체성 확립과 확장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이성자는 전시 포스터를 제작하기 위해 판화를 처음 접한 이후 회화와 함께 본격적인 판화작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1957년부터 2006년까지 600여 종류 1만 2000여 점의 판화를 제작했고, 약 30회의 개인전과 100회 이상의 단체전에 판화를 출품했다.

전시를 기획한 윤다인 학예연구사는 “이성자 작가는 판재인 나무가 가진 자연스러운 형체에 주목해 동양적인 미를 표현하고자 했는데 이는 마치 숲속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부에서 소개하는 후기 판화는 나무의 변신과 롤러 사용 등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띄는 프랑스 문학가와 콜라보(협업)한 시화 작품으로, 이성자 판화의 정체성 확립과 확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술관 측은 전시실 한쪽에 온라인 판화 체험을 할 수 있는 ‘이성자 오마주 프로젝트’와 이성자만의 판화 특성을 볼 수 있는 ‘이성자 아틀리에(작업실)’를 마련해 전시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미술관 제2전시실에는 파성 설창수 기증유물 특별전 ‘아버지의 물건’이 같은 기간 개최된다.

지방종합예술제의 효시인 제1회 영남예술제(현 개천예술제)를 개최한 시인이자 언론인, 교육자, 독립운동가 등 다양한 면모의 삶을 살았던 진주 대표 문화예술인 설창수 선생의 진주역사관 기증 유품 200여 점이 공개된다.

제1·2전시실을 잇는 로비에는 이번 전시의 공통 주제인 미술관과 박물관의 자료 기증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기증하는 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운영 시간 화~일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2000원(진주시민 1000원). 관련 문의 055-749-3663.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