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부처님오신날

정재모 논설위원

2023-05-25     경남일보
빨강 파랑 노랑 분홍 초록빛 만월등(滿月燈)이 줄지어 간들거린다. 조선백자 달항아리형 초파일 오색 연등이 온 누리를 밝히는 음력 4월. 옛날엔 사찰 들머리쯤에 이르러서야 보았던 부처님오신날 봉축등이 큰길가에도, 상가 거리에도 줄줄이 내걸렸다. 불기 2567년 석가탄신일(27일) 경축 분위기가 천지에 가득하다.

▶등불을 켠다는 말, 연등(燃燈)은 불자들이 부처님께 드리는 공양의 한 방법. 연등 공양은 부처님 생전부터 시작되었다. 현우경(賢愚經)의 빈녀난타품에 사연이 있다. 부처님이 사위국에 머무실 때, 가난한 여인 난타는 종일 구걸한 몇 방울의 기름으로 등불 하나를 부처님께 공양 올렸다. 그 등불의 기름은 닳지 않고 밤새도록 그곳을 밝혔다고 전해온다.

▶훗날 여인은 부처님의 예언대로 성불했다고 한다. 나눔은 크고 작음, 많고 적음이 아니라 정성이 요체라는 말, 빈자일등(貧者一燈)이란 성어의 출전이다. 이 말은 육조단경에서 다시 만고의 법어 한 구절로 변주된다.‘한 개의 등불은 천년의 어둠을 몰아내고, 하나의 지혜는 만년의 어리석음을 씻어낸다(一燈能除 千年闇 一智能滅 萬年愚)’.

▶내일부터 부처님오신날 연휴 사흘을 누린다. 월요일이 대체공휴일로 되는 거다. 많은 이들이 등 공양을 올렸으리라. 거기 부처님께서 온누리에 지혜의 빛을 밝혀주십사 소원을 실었을 테다. 또 스스로 지혜로워지기를 비는 마음도 담았을 거다. 부디 그 마음처럼 부처님의 가피를 넉넉히들 입어 번뇌와 무지를 걷어내는 뜻 깊은 연휴가 되면 좋겠다. 사바세계 착한 중생님들 모두모두 성불하시길….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