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14] ‘조아리다’ (유종인 시인)

2023-05-25     경남일보
‘조아리다’ (유종인 시인)
 



머리들을 한껏 내리 모으고

침묵 속에 치열한 땅바닥,

아잔이 울린 듯 날개는 뒤로 접고

밥벌이의 저 그윽한 경배들이여



-유종인 시인, ‘조아리다’





한국에서 연 소득 1억 87만 원 이상을 벌어야 소득 상위 10% 안에 들 수 있다. 나머지 시민은 저 비둘기들처럼 적은 모이를 앞에 두고 삶을 조아릴 수밖에 없다. ‘OECD 사회 지출 업데이트 2023’에 따르면, 공공 사회복지 지출 규모도 OECD 평균의 60% 수준으로 GDP 대비 12.3%에 지나지 않는다. GDP 대비 공공사회 복지지출 비율이 파악된 38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평균은 20.1%로, 회원국 중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칠레 11.7%와 7.4%의 멕시코뿐이다. 다행인 것은 한국의 복지지출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언감생심 소득 상위자가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저 밀집된 곳에 머리를 처박지 않을 정도가 된다면 ‘밥벌이의 저 그윽한 경배’를 슬프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