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정어리떼

2023-06-07     경남일보
포식자로부터 생존보호를 위해 떼로 몰려다니는 동물들이 더러 있다. 하늘에 메뚜기나 새가 있다면, 바다에는 정어리 같은 작은 물고기가 떼를 지어 마치 한 생명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치열한 생존본능 행동이다. 정어리떼는 규모가 수 ㎞에 달하기도 해 마치 섬으로 오인 했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 백성의 주요 식량 중 하나였던 정어리를 자신어보에는 ‘증울(蒸鬱)’로 썼다. 보관기술이 없던 시절 많이 잡히면 썩어나갔고, 이를 먹다 병이 걸려 생긴 이름이다. 정어리 어획고는 롤러코스터의 연속이었다. 1938년에는 단일어종 최대 어획고를 올려 일제가 정어리기름을 군용으로 사용했지만, 어획고가 급격히 줄자 연료난을 겪어 ‘일망치’로도 불렸다.

▶올해도 정어리떼가 심상찮다. 지난 일요일 제주 이호 해변에 폐사 정어리떼가 밀려와 7t이나 수거했다. 지난해 마산만 해역에서 발생한 엄청난 양의 정어리떼 집단폐사와 흡사해 전조현상이 우려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정어리 어군 정밀조사 결과 5월 어획물 점유율이 91%에 달해 올해도 연안에 대량 유입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어리떼의 습격(?)이 임박한 가운데 대책 없이 당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단단히 벼르고 있다. 집단폐사 전에 포획해서 상품화 한다는 전략이다. 금지됐던 정어리 혼획을 허용해 멸치잡이 어선이 정어리도 함께 잡아 건어물로 만들 수 있게 하고 큰 정어리는 통조림이나 양식장 사료로 공급한다니 기대해 볼만하다. 우리에게 찾아온 귀중한 자원은 정성껏 대접할 일이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