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혼맥 따라 첩첩이 쌓인 1000년의 맛"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 ‘진주화반’ 전수 행사

2023-06-08     백지영
1000년 역사의 명문 사대부 숨결이 담긴 교방비빔밥 ‘진주화반’을 시연하고 전수하는 행사가 진주에서 마련돼 눈길을 끈다.

한국음식문화재단은 8일 오전 11시 진주시 남성동 진주문화원 다목적 강당에서 교방비빔밥 ‘진주화반’ 전수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진주 화반을 배우려는 전수자와 진주문화원 가족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성수 한국음식문화재단 회장 개회사와 김길수 진주문화원장의 축사에 이어, 그간 교방음식 복원에 힘써왔던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 주 행사를 이끌었다.

박 이사장은 “진주비빔밥은 진주 강씨 강민첨 장군의 제사에서 비롯된 문화”라며 “위대한 성현이나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의 제사에는 날고기를 올리는 ‘혈식제사’를 한다. 고려·조선 때는 ‘혈식제사’를 지내는 가문이라야 명망 있는 집안으로 여겼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날 소고기를 올리는 은열사 강민첨 장군의 제례가 1000년 이상 동일하게 이어진 점을 들며 진주 화반의 역사는 1000년이 넘었다고 역설했다.

그는 “화반은 진양 하씨, 김해 허씨 등 진주 사대부가를 거치며 맛이 완성됐다. 혼맥이 얽히다 보니 음식 문화가 서로 섞였다”며 “승산마을 허씨 종손 어른이 친구였던 민형식 진주성 관찰사에게 전한 비빔밥이 교방비빔밥인 ‘진주화반’”이라고 밝혔다.

‘진주화반’ 소개에 이어 미리 준비해 온 18가지 재료를 전수자들과 그릇에 담아내는 시연, 이렇게 복원한 ‘진주화반’을 참석자들이 맛보는 시식 행사가 이어졌다.

이를 맛본 한 참석자는 “명인이 만들어서인지 평소 진주에서 사 먹던 비빔밥과는 차별화된 맛이 느껴졌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음식문화재단 측은 “진주 화반 복원은 박 이사장이 수십 년간 노력 끝에 맺은 성과”라며 “진주의 관광 인프라 구축에도 매우 고무적”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 이사장은 “교방음식을 모르는 외부 연구가들이 진주교방음식을 궁중음식에 예속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허튼짓”이라며 “진주만의 식재료와 양념 공식이 있고 상차림도 판이한 독자 분야인 만큼 진주교방음식 체계 정립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