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못 믿을 지자체 기업투자 유치 부작용

2023-06-27     경남일보
민선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유치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 하나 지자체가 투자협약을 체결한 기업체들이 잇따라 사업을 연기, 부도 등으로 인해 협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업 유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투자유치 성과에 급급한 자치단체가 민간사업자의 말만 듣고 사전에 철저한 검증과 분석이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들어 합천의 호텔 300억원 ‘먹튀’ 사건, 사천의 1조 원대 하이퍼 유치 등이 대표적이다.

사천에 하이퍼 스케일(초거대) 데이터센터 유치는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투자를 약속했던 업체가 부지매입 약속을 어긴 데다 추가 조치도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은 강원도, 경기도, 사천 등 전국 20여개 지자체가 나서 경쟁이 치열했지만 못 믿을 기업유치 투자가 되고 말았다. 다수의 지자체가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건 지역발전에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1조 원대 데이터센터가 사천에 들어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지난 2월께다. 함양군에 1조2500억 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하이퍼 스케일 데이터센터 투자유치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는 한울HCDC가 사천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투자계획을 밝히면서이다. 사천시는 부도 후 방치되다 해제된 15만㎡ 규모의 향촌농공단지를 최적지로 보고 관계자와 연결시켰다. 1조 원대를 투자하겠다고 큰소리 친 업체가, 땅값 200여억 원을 구하지 못해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사실상 추진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기업투자유치가 단체장의 치적을 쌓는 수단으로 전락하면 부작용이 크다. 기업유치 부도는 무능, 사기 중 한가지 속한다. 불필요한 일에 소요되는 지자체의 행정력 낭비와 신뢰 훼손을 야기할 수 있다. 사업이 실제 진행된 것처럼 부풀려지거나 과대 포장될 수 있다. 또한 자칫 기업의 홍보용으로 이용당해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면 지자체의 공신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자체는 지방소멸이 절박한 현실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사업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따져본 뒤 유치를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