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고향

정영효 논설위원

2023-06-29     정영효
최근 어느 대기업 노(老) 회장의 남다른 고향 사랑이 화제다. 이중근(82) 부영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이 사비로 고향 마을 사람과 초·중·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적게는 26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여 원씩 현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기부한 금액이 무려 약 1400억원에 달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선행은 어려웠던 어린 시절에 도와주신 고향 분들을 잊지 못해서라고 한다.

▶순천시 서면 운평리 죽동마을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서면 동산초(25회)와 순천중(15회)를 졸업한 뒤 가정 형편 때문에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상경해 고학으로 야간고등학교를 마쳤다.

▶이 회장의 고향 사랑이 고향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고향이란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 또는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다. 객지 생활이 어려울수록 고향이 더 그립다. 그리고 객지에서의 삶이 고독하고, 외로울수록 다정했던 고향 사람의 정(情)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고향’이라는 말을 들으면 다정함과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교차하는 감정에 휩싸인다.

▶하지만 지금 고향은 소멸 중이다. 젊은이들은 살기 위해 돈이 있는 곳을 찾아 고향을 등진다. 평생 고향을 지키고 살아온 어르신들도 하나둘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난다. 고향을 찾아가려고 하나, 찾아간 고향에는 찾고자 하는 사람도, 반기는 사람도 없다. 이 회장의 통큰 고향 사랑은 점차 사라지는 고향의 마지막 한가닥 끈이라도 남아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리라.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