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화병이 있는 풍경(이우걸)

2023-07-02     경남일보

화병은 언제나 한 계절의 음악이다
정성껏 조율해 놓은 꽃들의 악보를 보라
그 곁에 놓인 의자는
친절이 마련한 객석
실비처럼 나직한 꽃들의 눈인사로
그 분위길 받들어주는 화병과의 담소로
때맞춰 오신 손님은
누구나 귀빈이 된다

 



아름다움은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읽어주는 사람에게 더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들의 인식이 오래전부터 구분돼 있어서 자기 기준의 그 아름다움과 덜 함을 구분해 비교하고 있다.

화병의 꽃들이 아름다움을 다투고 있다.

키 높이로 간추려 놓은 것이 악보 속의 계음 같기도 하고 합주자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감상자가 되도 하고 함께 하는 연주자가 되기도 하고 감성으로 스며들고 대화를 나누면서 아름다워지고픈 모두가 손님이 되고 귀빈이 된다.

어쩜 우리도 저 화병의 꽃처럼 한 묶음으로 살다가, 또 드러내다가 누군가가 조율해 놓은 악보처럼 살다가 귀한 손님을 제대로 만나면 제대로 대우받는 그런 풍경의 단막극 아닐까.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