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출산 장려에 앞서, 출생한 아이에 대한 정책부터

이수경 경남청렴클러스터 사무국장

2023-07-12     경남일보


지난 8년간 출생 후 미등록 된 아이들에 대한 정부의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이른바 ‘그림자 아이’ 는 2236명, 이중 지난 10일까지 숨진 것으로 확인된 아이는 34명이라고 한다. 우리가 출산 장려에만 집중하고 이미 출생한 아이를 어떻게 잘 양육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소극적이었던 탓은 아닐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하더라도, 지금 우리의 출산장려정책에 대해 세밀하게 점검해봐야 할 때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정부의 임산부 지원정책은 △철분·엽산제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 △임신·출산 진료비 의료급여 △출산비용 △건강보험 임신 출산 진료비 △산모 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이 있다. 육아 정책은 △출산전후 휴가 급여 △육아휴직급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지원 △배우자 출산휴가급여 △부모 급여 지원 등이 있다. 이 외 지자체에서도 출산 축하금, 양육비, 임신부 교통카드 등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6년부터 출산 장려를 위한 ‘제1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을 시작한 이래, 정부는 15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시행하면서 예산 약 280조를 썼다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러나 이러한 저출산 정책이 출산율 증가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 출산율 감소 속도도 늦추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인 ‘BMC 공중 보건’에 발표됐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의 출산장려정책은 임신·출산 시에만 일시적으로 적용되는 게 대부분이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돌봄 지원 대상이 아닌 자녀를 둔 부모에게 출산장려정책은 해당 사항이 없다. 그러나 아이는 9년만 양육하면 끝나는 게 아니지 않나?

출산만 장려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국제연합의 아동권리협약과 아동복지법에서 정의한 만 18세 미만 아동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한다.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인 돌봄에 대한 문제를 단지 밤늦게까지 돌봐주는 시설 몇 개를 더 만들어 기능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것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출산 장려에 앞서, 태어난 아이에 대한 사회적 돌봄, 일·가정 양립 등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경제적 이유와 맞벌이 등 환경적 이유로 출산을 꺼리는 원인을 먼저 없앨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