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군사부일체

2023-07-23     경남일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초반 담임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온나라가 충격 속에 빠졌다. 동료교사들에 따르면 그 교사는 학부모의 민원에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고 한다. ‘악성 민원’이 사인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숨진 교사의 일기장에는 ‘너무 힘들고 괴롭고 지칠 대로 지쳐있다’는 글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학생에게 전치 6주에 달하는 폭행을 당했다. 지난달 23일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특수학급을 맡고 있던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제자에게 매 맞는 교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사가 학부모로부터의 폭언과 폭행은 물론 신고·고발당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초등 아이에게 목소리를 엄하게 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 ‘초등생 아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는 이유로 정서학대 신고, ‘받아쓰기 진행으로 초등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신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래도 교사들은 어디다 하소연할 데가 없다. 교권 추락의 현주소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임금(국가)과 스승(교사)과 아버지(부모)의 은혜는 다 같다는 뜻이다. 교사를 부모처럼 생각하고 따르라는 의미이다. 교사를 부모라고 생각했으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같은 몰상식한 행동을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현직 교사들이 겪고 있는 일상이 안타까움을 넘어 아픔으로 다가온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