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24] 비 온 다음 날 (송이연 평촌초등학교 5학년)

2023-08-03     경남일보

먼나무 붉은 열매에
유리구슬이 대롱대롱

지팡이로 탁치니
먼나무 아래에 다시 비가 온다

-송이연 평촌초등학교 5학년, ‘비 온 다음 날’


디카시를 쓰게 되면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이 있다. 일상의 사물을 보는 눈이 새로워진다. 내 삶의 범주에 있었으나 무심했던 사물들이 재발견되거나 새로운 모습을 하고 뜻밖의 언어가 돼 찾아온다. 그때 느끼는 즐거움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되지 않을 만큼 풍요롭다.

송이연 학생이 발견한 사물과 포착한 언어를 엿보자. 구슬 같은 붉은 열매에 다시 구슬이 달렸다는 것이다. 물방울이 유리구슬 같다. 열매에 매달린 구슬은 대롱대롱 달려있으므로 이내 떨어질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된다. 그것을 아는 소년은 비 그친 먼나무 아래에서 지팡이로 가지를 툭 친다. 먼나무 아래만 다시 비가 온다. 비 온 다음 날 생긴 일이다. 시인·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