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철근과 콘크리트

한중기 논설위원

2023-08-09     경남일보
로마 판테온 신전은 콘크리트에 말총을 넣어 만든 것으로 유명한 구조물이다. 2000년 전 철근이 없던 시절, 콘크리트의 단점인 인장력을 보완하기 위해 말총을 넣어 무려 43.3m 높이의 돔을 세운 것이다. 오늘날 최신 공법에 해당하는 섬유보강 콘크리트인 셈이다. 흙집을 지을 때 볏짚은 썰어 넣는 원리와 비슷한 공법이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찰떡궁합이다. 서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해 주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는 압축력에 강하지만, 인장력에 취약하다. 철근은 압축력은 취약하지만 인장력에는 강하다. 열팽창계수도 거의 같다. 기온차로 수축·팽창이 발생해도 급격한 붕괴·균열은 없다. 열과 산화에 취약한 철을 알칼리성인 콘크리트가 감싸게 되면 내구성도 좋아진다.

▶하늘을 찌를 듯 한 마천루를 세울 수 있는 것도 다 철근콘크리트 덕분이다. 화분을 만들던 프랑스 정원사 조제프 모니에(1823-1906)가 깨지지 않는 화분을 만들면서 철근콘크리트를 발명했다. 건축가에겐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다. 철근콘크리트 혁명에 힘입어 19세기 초 우리나라에도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세워져 100년 세월을 끄떡없이 지키고 있다.

▶한국인 70%가 살고 있는 아파트 역시 철근콘크리트 구조다. 하지만 100년은 고사하고 공사 중인 건물이 붕괴되면서 ‘순살 아파트’란 오명을 쓰고 있다. 보가 없는 무량판 구조물에 들어가야 할 전단 철근을 빼먹은 아파트단지가 부지기수다. 불량 콘크리트 사용도 문제다. 제 아무리 혁신적인 공법인들 도둑고양이 앞에서는 모든 게 허사다.
 
한중기 논설위원